케일리는 클래스의 퀸이었다. 금발에 날씬했고 무엇보다 딴 여자애들이랑 다르게 인성까지도 완벽했다. 동양인이라면 앞에선 신기해하고 뒤에선 비웃는 골빈 애들과는 다르게 케일리는 나를 진정 친구로 대해주었다. 그래서 난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케일리를 좋아했었다. 얼마나 좋아했냐면 약간 진짜 첫사랑? 그런 느낌? 하지만 난 얼마 전 그녀가 날 친구 이상으로 생...
하천의 말미에 모여 사는 곳이라고 하여, 천말(川末)이라는 이름이 붙었다. 수십년간 자연 재해 거의 없고 끌어다 쓸 물이 많아, 풍족하지는 않아도 한 번 이 곳에 발붙인 마을 사람들은 좀체 떠나려 하지 않는 곳이었다. 그러나 10년 전, 그 사건 이후로 마을의 명운이 한 순간에 뒤바뀌었다. 천말이라는 이름이 우습게 저수지가 거의 메말라버린 가뭄에 허덕여야...
"성민아. 이거 챙겨가." 미친개가 등교 지도를 서는 날이었다. 허구한 날 지각하는 놈들도 오늘만큼은 특별히 주의하려 할 것이었다. 성민도 배차 간격이 긴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했다. 대충 신발을 꿰어 신으며 현관을 나서고 있는데, 등 뒤에서 엄마가 성민을 불렀다. 손 위에는 긴 팔 가디건이 들려 있었다.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훨씬 웃도는 여름...
턱뼈가 으스러질 듯 아프다. 강민재의 따까리 중 비계덩어리 한 놈한테 오른쪽 턱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기억이 생생했다. 그 이후엔 의식을 잃을 정도로 온갖 발길질을 당했던 기억이 이어졌다. 인식보다 통증이 한 박자 늦은 지 기억이 떠오르자 바로 옆구리가 쓰라렸다. 이럴 줄 알았으면 생각하지 말걸. 불가능한 가정에 대한 후회가 이어졌다. 겁대가리 없는 요청의 ...
때로 어떤 사랑은 너무 지나쳐서 증오가 되기도 한다더라. 민희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형이 생각났다. 같은 핏줄로 묶여 있는 형을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못하는 본인에 딱 들어맞는 말이었다. 아예 남을 대하듯, 두꺼비집 전원을 내리듯 어떤 감정이 한 순간 해소될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. 형 그러니까 그만 망가져. 형을 사랑하지 못하는 동생은 형을 증...
어떤 꿈은 현실같고, 어떤 현실은 꿈같다. 민희는 생각할 새도 없이 지나가버린 장면들이 어쩌면 또 꿈일 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. 그러나 뺨은 여전히 얼얼하고 비에 맞은 양말은 젖어있었다. 그제서야 쓴 웃음이 터졌다. 형의 애인을 짝사랑하다 못해 고백했고 보기 좋게 차인 오늘의 일이 오롯이 현실이었다는 것에 대해. “오늘 하교하고 형 짐 좀 챙겨서 병원 좀 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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